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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로 읽는 역사에서 역사 무역은 문헌보다 ‘물건의 이동 흔적’으로 더 구체적으로 추적된다. 도자기 파편의 제작지·형식·유약·태토를 분석하고, 출토 맥락과 분포를 비교하면 바닷길 교류망의 방향과 성격을 복원할 수 있다.

발굴과 역사 무역: 도자기 파편이 바닷길을 ‘증거’로 만드는 이유
발굴로 읽는 역사에서 역사 무역은 “누가 누구와 교류했다” 같은 서술보다, 실제로 무엇이 이동했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에서 시작된다. 바닷길 교류는 기록이 남지 않거나, 남더라도 특정 국가·권력의 관점으로 편향되기 쉽다.
반면 발굴 자료는 교류가 남긴 물질적 흔적을 제공한다. 그중에서도 도자기 파편은 역사 무역을 추적하는 데 매우 강력한 자료다. 이유는 간단하다. 도자기는 깨져도 남고, 생산지별로 재료와 제작기법, 형태와 장식이 달라 ‘출신’을 추정할 단서가 많다. 게다가 도자기는 생활용기이자 운송용기이며, 때로는 교역품 자체이기도 하다. 즉 도자기 파편은 “물건이 왔다”를 넘어서 “어떤 경로로, 어떤 목적(사용·유통·재포장)으로 이동했는가”까지 연결될 수 있다. 발굴과 역사 무역을 연결하는 핵심은 도자기 파편을 ‘예쁜 유물 조각’으로 보지 않고, 바닷길을 구성하는 점과 선으로 읽는 관점이다. 항만과 나루, 해안 취락, 성곽과 창고, 시장과 소비지에서 출토되는 도자기 파편의 종류와 비율이 다르면, 교류망의 중심과 주변이 구분된다.
어떤 지역에서 외래 도자기 파편이 특정 시기에 급증했다면, 항로가 열렸거나 중계 거점이 바뀌었거나, 수요 구조가 변했을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 반대로 파편이 드물고 불규칙하게 나온다면, 정기 무역이 아니라 소규모 이동, 표류, 선물 교환 같은 다양한 시나리오도 열어 두어야 한다. 그래서 도자기 파편은 바닷길을 단정하는 표식이 아니라, 패턴을 통해 바닷길을 추적하는 단서다. 발굴로 읽는 역사에서는 이 단서를 층위와 분포로 묶어 ‘역사 무역의 구조’를 설명한다.
도자기 파편이 작은 조각이라도, 출토 지점과 조합을 잘 정리하면 바닷길의 윤곽이 보인다는 점이 꽤 놀라웠다.
도자기 파편으로 제작 지를 추정하는 법: 태토·유약·형식이 ‘어디서 왔는가’를 말해준다
도자기 파편으로 바닷길을 추적하려면 먼저 “이 파편이 어디서 만들어졌는가”를 합리적으로 좁혀야 한다. 발굴에서 이를 가능하게 하는 키워드는 태토(흙 재료), 유약, 그리고 형식(형태와 장식)이다. 태토는 육안으로도 입자감과 색, 포함물(모래·석영 등)에서 차이가 나타날 수 있고, 현미경 관찰이나 성분 분석을 통해 더 정밀하게 구분할 수 있다.
유약은 발색, 표면 광택, 기포 상태, 유약층의 두께와 흐름 자국 등으로 제작 환경과 레시피의 차이를 드러낸다. 형식은 더 직관적이다. 접시의 굽 형태, 항아리의 구연부 각도, 병의 목 길이, 손잡이 부착 방식, 문양의 배열은 지역과 시대에 따라 특성이 다르므로 상대연대와 제작지 추정에 동시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발굴과 역사 무역에서 중요한 태도는 “형식이 비슷하면 같은 지역”처럼 단순화하지 않는 것이다. 도자기 기술은 전파되고 모방될 수 있으며, 같은 양식이라도 다른 곳에서 생산된 변형품이 존재한다.
따라서 제작지 추정은 한 가지 요소가 아니라 여러 요소의 정합성으로 강화된다. 예를 들어 태토의 포함물과 유약 발색, 굽 형태가 함께 특정 생산지의 범위와 맞물릴 때 제작지 추정의 신뢰도가 올라간다. 또 파편이 아니라 완형에 가까운 조각이 있을수록 용도(저장용·상용·의례용)를 추정하기 쉬워지고, 용도 추정은 무역의 성격(대량 유통인지, 제한적 교환인지)을 가늠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 과정에서 빠지면 안 되는 것이 출토 맥락이다. 같은 도자기 파편이라도 항만 창고층에서 나온 것과 주거지의 부엌 바닥층에서 나온 것은 의미가 다르다. 창고층이라면 유통 과정의 흔적일 가능성이 크고, 주거지라면 소비가 이루어진 흔적일 가능성이 커진다. 또 선박과 관련된 유적(난파선, 해저 유적)에서 나온 파편은 운송 중 물품의 성격을 더 직접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
결론적으로 도자기 파편을 통해 제작 지를 좁히는 작업은 ‘감’이 아니라 태토·유약·형식과 출토 맥락을 결합해 근거를 쌓는 과정이며, 이 과정이 탄탄할수록 바닷길 추적도 설득력을 갖게 된다.
제작지 추정에서 이 나라 거다처럼 단정하기보다, 태토·유약·형식을 묶어서 가능성이 높은 범위로 말하는 게 더 믿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바닷길을 추적하는 핵심: 분포·비율·층위 변화가 교류망의 ‘방향과 시기’를 만든다
도자기 파편이 발굴되었다는 사실만으로 바닷길을 그릴 수는 없다. 바닷길은 “한 번 왔다”가 아니라 “어디에서 어디로, 얼마나 반복되었는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굴과 역사 무역에서 바닷길을 추적하는 핵심은 분포, 비율, 층위 변화다. 먼저 분포는 지리적 패턴을 만든다. 같은 유형의 도자기 파편이 해안 거점에서 많이 나오고, 내륙으로 갈수록 줄어든다면 바닷길을 통해 들어온 뒤 내륙으로 확산된 가능성이 커진다.
반대로 내륙 거점에서 먼저 확인되고 해안에서는 드물다면, 육로 교역 또는 내륙 생산품의 이동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 비율은 교류의 성격을 보여준다. 특정 시기 층위에서 외래 도자기 파편의 비중이 급격히 증가한다면, 정기 교역의 확대나 특정 항로의 활성화를 의심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단정은 금물이다. 비율 증가는 수요 증가, 권력의 조세·공납 체계 변화,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재편 등 다양한 원인으로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비율 변화는 단독 원인 규명보다는, 주변 증거(창고 시설의 확대, 항만 정비, 교통로 정비, 외래 화폐나 저울추 흔적 등)와 결합해 해석을 강화하는 방식이 안정적이다.
층위 변화는 시간을 제공한다. 도자기 파편은 특정 시대를 대표하는 형식이 존재하므로, 같은 유적 안에서 층위별로 출토되는 도자기 유형이 바뀌면 교류망의 시기별 변화를 추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초기 층위에서는 소량의 외래 파편만 산발적으로 나오다가, 중기 층위에서 특정 유형이 대량으로 집중되면, 그 시기에 교역이 제도화되었을 가능성이 커진다. 이후 상위 층위에서 다시 감소한다면 항로 변화, 거점 쇠퇴, 정치적 경계 변화 같은 원인을 검토하게 된다. 또한 출토 위치도 중요하다. 같은 도자기라도 항만 주변에서 집중되면 유통 흔적, 주거지 내부에서 균등하게 나오면 소비 확산, 특정 계층 거주 구역에서만 나오면 제한적 소비(엘리트 소비) 가능성을 제기할 수 있다.
결국 도자기 파편으로 바닷길을 추적하는 방법은 “한 조각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지점의 패턴을 연결”하는 작업이며, 발굴 자료는 이 연결에 필요한 좌표(장소·시간·조합)를 제공한다.
바닷길 추적이 결국 지도 그리기 라기보다, 도자기 파편 분포를 통해 사람과 물건의 움직임을 논리적으로 재구성하는 일이라고 정리하고 싶다
발굴로 읽는 역사 결론: 도자기 파편은 무역의 ‘증거’이자 ‘해석의 함정’이 된다
정리하면, 발굴과 역사 무역은 도자기 파편을 통해 바닷길을 추적할 수 있지만, 그만큼 해석의 함정도 존재한다. 도자기 파편은 이동의 흔적이지만, 그 이동이 곧 정기 무역인지, 표류·약탈·선물·이주에 따른 이동인지 단정하기 어렵다.
또한 도자기는 모방과 재생산이 가능하므로 제작지 추정은 태토·유약·형식의 정합성과 과학 분석, 그리고 출토 맥락의 층위 기록으로 보강되어야 한다. 바닷길을 확정하는 힘은 ‘한 점의 확신’이 아니라 분포·비율·층위 변화가 만들어내는 ‘패턴의 일관성’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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