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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가 어려운 이유는 “한 번에 다 보려 해서”다
인터넷이 느릴 때 사람들은 보통 와이파이 문제인지, 통신사 문제인지, 내 컴퓨터 문제인지 감으로 추측한다. 그러나 네트워크는 여러 구성요소가 맞물려 동작하므로, 원인을 감으로만 찾기 어렵다. 이때 도움이 되는 것이 네트워크 계층 모델이다.
계층 모델은 네트워크를 기능별로 나누어 설명하는 방법이며, 대표적으로 OSI 7계층과 TCP/IP 모델이 있다. 이 모델을 이해하면 “문제가 어디에서 발생했는지”를 단계적으로 좁힐 수 있고, 네트워크 관련 용어가 갑자기 쉬워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글은 OSI 7계층과 TCP/IP 모델의 차이를 단순 비교로 끝내지 않고, 왜 굳이 계층 구조로 나누어 설명하는지, 실제 인터넷 사용 상황에서 어떤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지까지 연결해 설명한다.
OSI 7계층과 TCP/IP 모델의 기본 개념과 용어
1) 계층 모델이란 무엇인가: “복잡한 시스템을 분해하는 설계 도구”다
계층(layer) 모델은 복잡한 네트워크 통신을 기능 단위로 나누어 생각하게 해준다. 네트워크 통신에는 전기 신호, 케이블, 무선, 주소(IP), 데이터 전송 규칙(TCP/UDP), 웹 요청(HTTP) 등 서로 다른 성격의 요소가 섞여 있다. 이를 한 덩어리로 보면 이해가 어렵고, 문제 발생 시 원인도 찾기 힘들다.
계층 모델은 “각 계층은 자기 역할만 책임지고, 아래 계층 서비스를 이용해 위 계층 서비스를 제공한다”라는 원칙을 갖는다. 이 구조 덕분에 전체를 바꾸지 않고도 특정 부분만 교체하거나 개선할 수 있다.
2) OSI 7계층 개요: 교육과 설명에 강한 표준 프레임이다
OSI 7계층은 네트워크 기능을 7단계로 세분화해 설명한다. 실제 제품 구현이 OSI 그대로 맞아떨어지지는 않지만, 개념을 정리하고 소통하기에 매우 유용하다.
- 1계층 물리(Physical): 케이블, 전파, 전기 신호, 커넥터
- 2계층 데이터링크(Data Link): 같은 네트워크 내 프레임 전송, MAC 주소, 스위치
- 3계층 네트워크(Network): 서로 다른 네트워크 간 라우팅, IP 주소, 라우터
- 4계층 전송(Transport): 종단 간 통신, TCP/UDP, 포트 번호
- 5계층 세션(Session): 연결 관리(현대 인터넷에서는 다른 계층/프로토콜에 흡수되는 경우가 많다)
- 6계층 표현(Presentation): 데이터 표현/암호화/압축 개념(실제 구현은 애플리케이션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
- 7계층 응용(Application): HTTP, DNS, SMTP 등 사용자 서비스
OSI 7계층을 공부하면 “IP는 3계층, TCP는 4계층, HTTP는 7계층”처럼 자주 쓰는 분류가 정리된다.
3) TCP/IP 모델 개요: 실제 인터넷이 굴러가는 현실적인 모델이다
TCP/IP 모델은 인터넷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프로토콜 묶음을 중심으로 정리한 모델이다. OSI보다 계층 수가 단순하며, 실무에서 더 자주 등장한다.
- 링크 계층(Link): 물리+데이터링크에 해당(이더넷, 와이파이 등)
- 인터넷 계층(Internet): IP, 라우팅(OSI 3계층에 해당)
- 전송 계층(Transport): TCP/UDP(OSI 4계층)
- 응용 계층(Application): HTTP, DNS, TLS, SMTP 등(OSI 5~7계층 영역을 대부분 포함)
즉, OSI는 “설명 중심의 정교한 지도”에 가깝고, TCP/IP는 “실제 길 위에서 쓰는 현실 지도”에 가깝다.

4) 핵심 용어 정리: 계층을 이해할 때 반드시 붙는 단어들
계층 모델을 현실 문제에 적용하려면 몇 가지 용어를 함께 잡아야 한다.
- 패킷(packet): 네트워크에서 전송되는 데이터 덩어리(주로 IP 레벨에서 말한다)
- 프레임(frame): 같은 링크(같은 네트워크 구간)에서 전송되는 단위(주로 2계층)
- IP 주소: 네트워크 간 이동을 위한 논리 주소(3계층)
- MAC 주소: 같은 네트워크 구간에서 장치 식별(2계층)
- 포트(port): 한 컴퓨터 안에서 어떤 프로그램과 통신할지 구분(4계층)
- 프로토콜(protocol): 통신 규칙(예: TCP, UDP, HTTP, DNS)
이 용어들은 “각 계층이 무엇을 기준으로 대상을 구분하는가”와 연결된다. 2계층은 MAC, 3계층은 IP, 4계층은 포트를 중심으로 문제를 바라본다.
왜 계층 구조로 나누어 설명하는가, 그리고 문제 해결에 어떻게 쓰는가
1) 계층 모델의 가장 큰 가치: “분업”과 “호환성”이다
계층 구조는 네트워크를 분업 시스템으로 만든다. 예를 들어 와이파이(링크 계층)를 이더넷 케이블로 바꿔도, IP와 TCP, HTTP 같은 상위 계층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 반대로 웹 브라우저(응용 계층)를 바꿔도, 아래의 IP/TCP가 바뀌지 않는다.
이 분업 덕분에 기술 발전이 쉬워진다. 케이블 기술이 발전하고, 라우팅 장비가 좋아지고, 전송 제어 방식이 개선되어도, 사용자 입장에서는 “웹 페이지가 더 잘 열린다”로만 체감될 뿐이다.
2) 계층 모델이 없으면 생기는 문제: 원인 추적이 불가능해진다
계층 모델이 없으면 “인터넷이 안 된다”라는 한 문장만 남는다. 하지만 계층 모델을 적용하면 질문이 달라진다.
- 링크 계층 문제인가: 와이파이가 끊겼는가, 신호가 약한가, 케이블이 불량인가
- 인터넷 계층 문제인가: IP 주소를 제대로 받았는가, 라우터를 거쳐 나가는가
- 전송 계층 문제인가: TCP 연결이 성립하는가, 특정 포트가 막혔는가
- 응용 계층 문제인가: DNS가 이름을 못 찾는가, HTTPS 인증서 오류인가
이런 식으로 “문제 범위가 줄어드는” 것이 계층 모델의 실전 가치다.
3) 실제 사례 1: 와이파이는 연결되는데 웹사이트가 안 열리는 경우
스마트폰 상단에 와이파이 아이콘이 떠 있고, “연결됨”이라고 표시되는데 웹사이트가 안 열리는 상황이 있다. 이때 계층 모델로 보면 다음처럼 나눌 수 있다.
- 링크 계층: 와이파이 연결 자체는 됨(2계층은 대체로 정상)
- 인터넷 계층: IP를 받았는지, 게이트웨이로 나갈 수 있는지 확인 필요(3계층 의심)
- 응용 계층: DNS 문제일 수 있음(도메인 이름 해석 실패)
현실적인 점검 순서는 다음과 같다.
- 다른 기기도 같은 와이파이에서 안 되는지 확인한다(환경 문제인지 단말 문제인지 분리).
- 특정 앱만 안 되면 응용 계층(앱 설정, DNS, 프록시)을 의심한다.
- 모든 앱이 안 되면 인터넷 계층(라우터, IP 할당, 회선)을 의심한다.
이 과정은 “와이파이 아이콘만 보고” 판단할 때보다 훨씬 빠르게 원인에 접근하게 해준다.

4) 실제 사례 2: 특정 사이트만 안 열리는 경우의 해석
“유튜브는 되는데 회사 사이트만 안 된다” 같은 상황은 계층별로 다음 가능성을 시사한다.
- 응용 계층: 특정 도메인 DNS가 잘못되었거나, HTTPS 인증서 오류가 있거나, 서버가 다운일 수 있다.
- 전송 계층: 방화벽 정책으로 특정 포트/도메인만 차단되었을 수 있다.
- 인터넷 계층: 특정 경로(라우팅)에서만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인터넷이 전체적으로 끊긴 것이 아니라 특정 서비스만 문제”이면, 하위 계층보다는 상위 계층 문제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사실이다. 물론 예외는 있지만, 계층적 사고는 점검 우선순위를 세우게 해준다.
5) OSI 7계층 vs TCP/IP를 외울 때의 실전 팁: 프로토콜을 계층에 붙여라
초보자가 계층 모델을 어려워하는 이유는 계층 이름만 외우기 때문이다. 실전에서는 계층에 대표 프로토콜을 붙이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 인터넷 계층(OSI 3계층): IP
- 전송 계층(OSI 4계층): TCP/UDP, 포트
- 응용 계층(OSI 7계층 영역): DNS, HTTP/HTTPS, 이메일(SMTP) 등
- 링크 계층(OSI 1~2계층): 이더넷, 와이파이, MAC
이렇게 붙여두면 “DNS는 응용 계층이므로 도메인만 안 되는 문제는 DNS를 의심한다” 같은 사고 흐름이 만들어진다.
계층 모델은 네트워크를 ‘이해’하는 도구이자 ‘문제 해결’의 지도다
OSI 7계층과 TCP/IP 모델의 차이는 단순히 계층 수의 차이가 아니라, 설명 중심 프레임과 현실 구현 중심 프레임의 차이다. 그러나 두 모델이 공통으로 제공하는 핵심 가치는 같다. 복잡한 네트워크를 계층 구조로 나누면, 기술을 분업화해 호환성을 만들 수 있고, 장애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계층별로 좁혀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
실제 인터넷 문제에서 “연결은 되는데 안 된다” 같은 모호한 상황을 링크 계층, 인터넷 계층, 전송 계층, 응용 계층으로 분해해 점검하면, 감이 아니라 논리로 원인을 추적할 수 있다.
다음으로 이어서 보면 좋은 주제는 두 가지다. 첫째, DNS가 실제로 동작하는 과정과 “도메인은 있는데 접속이 안 되는” 문제의 원인 분류다. 둘째, TCP와 UDP의 차이와 포트가 보안·방화벽 정책에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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